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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바다에 잠긴 고대 문명들 (수중 고고학으로 본 잃어버린 역사)

지구의 표면 중 약 71%는 바다로 덮여 있으며, 인간 문명 초기부터 바다는 교역과 탐험, 문화 교류의 중심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때로는 문명의 무대이자 파괴의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고대 문명 중 일부는 지진, 해일,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바다에 잠겼고, 이러한 잃어버린 문명들은 오늘날 수중 고고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수중 고고학은 물 속에 잠긴 유적을 탐사하고 분석하며, 역사 속에 잊힌 이야기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다에 잠긴 대표적인 문명들과 수중 고고학의 성과를 통해 잃어버린 역사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바다에 잠긴 고대 문명들 (수중 고고학으로 본 잃어버린 역사)
이미지 : Pixabay의 davidfoxx

1. 아틀란티스의 신화와 실제: 전설 속 문명에서 수중 고고학으로

아틀란티스는 가장 유명한 바다에 잠긴 문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톤이 기원전 4세기에 저술한 대화록 『크리티아스와 티마이오스』에서 처음 언급된 아틀란티스는 "강력하고 선진적인 문명이 신의 분노로 인해 하루아침에 바다에 가라앉았다"는 전설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플라톤은 아틀란티스가 기원전 9,000년경 현재의 지중해 혹은 대서양 어딘가에 존재했다고 묘사했지만, 실제로 이 문명의 존재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현대 수중 고고학자들은 아틀란티스 전설의 단서를 찾기 위해 지중해와 대서양 일대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산토리니 섬(고대 테라) 근처에서 발견된 미노스 문명의 유적은 아틀란티스 전설의 근거 중 하나로 언급됩니다. 기원전 1600년경, 화산 폭발로 인해 미노스 문명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이 사건은 플라톤의 이야기와 유사점을 보여줍니다. 수중 탐사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도시 구조와 화산재에 보존된 유물들이 발견되었고, 이는 잃어버린 문명의 실제 모습을 복원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2. 이집트의 헤라클리온: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항구 도시

고대 이집트의 항구 도시 헤라클리온(Thonis-Heracleion)은 한때 지중해의 무역 중심지였으나, 약 2,000년 전 지진과 해일로 인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2000년, 프랑스의 고고학자 프랑크 고디오(Franck Goddio)가 이끄는 탐사팀에 의해 이 도시가 발견되면서, 수중 고고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헤라클리온은 지중해와 나일강이 만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집트와 그리스, 페니키아 문명 간의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도시였습니다. 수중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거대한 신전, 그리스-이집트식 조각상, 금화와 청동 주화, 석재 비문 등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신전 유적은 당시 종교적 의식과 신앙 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헤라클리온의 발견은 단순히 도시 유적을 발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 도시는 기원전 6세기에서 서기 2세기까지 번성했으며, 해수면 상승과 연약한 지반의 침하로 인해 침몰했습니다. 이 연구는 해수면 변화가 고대 문명에 끼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를 제공합니다.

3. 인도 마하발리푸람: 신화가 전설에서 현실로

인도의 타밀나두 해안에는 마하발리푸람(Mahabalipuram)이라는 고대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는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7개의 사원"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는 이들 중 6개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신화로 여겨졌던 이 이야기는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이후 수중 고고학자들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쓰나미로 인해 바닷물이 잠시 물러나면서, 해안가에 거대한 석조 구조물이 드러났고, 이후 탐사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수중 탐사에서 발견된 유적들은 조각상, 신전 기둥, 석조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이들은 전설 속 7개 사원의 일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하발리푸람의 수중 유적은 인도의 고대 건축 기술과 종교적 신앙 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또한 이 사례는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고대 도시의 침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 자료입니다.

4. 아메리카의 잃어버린 도시: 쿠바의 수중 유적

2001년, 쿠바 연안의 유카탄 해협에서 심해 탐사 중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졌습니다. 수중 고고학자들이 소나를 통해 약 700미터 깊이에 위치한 거대한 석조 구조물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유적은 정교하게 쌓아 올려진 피라미드형 구조와 직사각형 형태의 석조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일종의 도시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이 유적이 어떤 문명에 의해 건설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되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유적이 마야 문명이나 올멕 문명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해수면 상승 또는 대규모 지각 변동이 침몰의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쿠바 수중 유적은 수중 고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 잠긴 이 유적은 첨단 기술(예: 원격 조정 잠수정, 소나 장비)을 활용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잃어버린 문명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합니다.

바다에 잠긴 문명들은 단순히 잃어버린 역사의 조각이 아닙니다. 이들은 수중 고고학을 통해 과거의 문명을 복원하고, 자연재해와 환경 변화가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틀란티스와 같은 전설적인 문명부터 헤라클리온, 마하발리푸람, 쿠바 수중 유적까지, 각 문명은 고유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 이야기들은 수중 고고학자들의 노력으로 다시 세상에 빛을 보고 있습니다.

바다는 여전히 인류가 탐험해야 할 거대한 미지의 공간입니다. 앞으로도 수중 고고학은 바다에 잠든 더 많은 문명과 역사를 밝혀내며,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와의 연결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미래에 우리가 맞이할 도전과 교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